설교를 듣고 나면 기억이 안 나요 — 말씀을 몸에 새기는 작은 연습

설교를 듣고 나면 기억이 안 나요 — 말씀을 몸에 새기는 작은 연습

#새신자#설교#예배#말씀

안녕하세요, 새신자의 친구 새봄이에요.

오늘은 저도 오래 부끄러워했던 이야기를 꺼내 볼까 해요. 예배가 끝나고 교회 문을 나서는 순간, 방금 들은 설교가 벌써 희미해져 있는 거예요. 점심 먹으면서 누가 “오늘 말씀 어땠어?” 하고 물으면, 저는 얼버무리곤 했어요. 분명 은혜 받았다고 느꼈는데, 내용은 텅 비어 있는 거죠.

그게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많은 분들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더라고요.

기억이 안 나는 게 실패는 아니에요

먼저 이 말씀부터 같이 볼게요.

그러므로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았느니라

— 로마서 10:17

믿음은 “들음”에서 난대요. 외움에서가 아니라요. 저는 이 구절이 참 위로가 됐어요.

설교는 시험 공부가 아니에요. 잘 듣고 요약해서 점수를 받는 시간이 아니라, 하나님이 나에게 말을 건네시는 만남의 시간이거든요. 만남은 문장으로 다 기억되지 않아요. 오래 전 엄마가 저에게 해 준 말 중에 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아도, 그 말이 제 안에 어떤 온기로 남아 있잖아요. 설교도 그런 면이 있어요.

그러니까 “다 기억 못해서 죄송해요”라는 마음을, 오늘은 조금 내려놓으셔도 돼요.

그래도 마음에 담고 싶다면

그렇다고 흘려보내기만 하면 아쉽죠. 야고보서는 이렇게 말씀해요.

22 너희는 말씀을 행하는 자가 되고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자가 되지 말라

23 누구든지 말씀을 듣고 행하지 아니하면 그는 거울로 자기의 생긴 얼굴을 보는 사람과 같아서

24 제 자신을 보고 가서 그 모습이 어떠했는지를 곧 잊어버리거니와

25 자유롭게 하는 온전한 율법을 들여다보고 있는 자는 듣고 잊어버리는 자가 아니요 실천하는 자니 이 사람은 그 행하는 일에 복을 받으리라

— 야고보서 1:22-25

거울을 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곧 잊어버린다는 장면이 정말 실감 나요. 저도 그랬거든요.

그래서 저는 욕심내지 않고 아주 작은 연습 세 가지를 하고 있어요. 혹시 오늘 한 가지만 골라 보셔도 좋겠어요.

첫째, 한 줄 메모예요. 설교 전체를 받아쓰지 마세요. 그러다 보면 오히려 말씀 앞에 앉아 있기가 어려워져요. 대신 “오늘 내 마음에 박힌 한 문장”만 수첩이나 휴대폰에 적어요. 딱 한 줄이면 돼요.

둘째, 한 구절 사진 찍기예요. 설교 본문 중에 유난히 마음에 머무는 구절 하나를 성경에서 찾아 사진으로 남겨요. 집에 가서 배경 화면으로 두기도 하고요. 글자로 읽히던 말씀이 이미지로 눈에 자주 걸리면, 신기하게 한 주 내내 그 구절이 따라다녀요.

셋째, 주중에 한 번 떠올리기예요. 수요일쯤 잠자기 전에, 주일에 적어 둔 그 한 줄을 다시 꺼내 보세요. “이번 주 내가 이 말씀으로 뭘 겪었지?” 하고 조용히 물어보는 거예요. 대단한 결단이 아니라, 그냥 다시 만나 주는 것만으로도 말씀은 제 안에 자리를 잡더라고요.

말씀이 몸에 새겨지는 시간

저는 한동안 ‘은혜’라는 말이 어려웠어요. 은혜(받을 자격이 없는데도 공짜로 주어지는 선물)는 제가 열심히 붙들어야 얻는 건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설교 한 편을 완벽히 붙드는 게 은혜가 아니라, 흘려 듣는 제 귀에도 하나님이 씨를 뿌리고 계셨다는 걸 한참 후에 알았어요.

다 기억 못해도 괜찮아요. 한 줄이면 충분해요. 오늘 주일에는 설교 중 딱 한 문장만 수첩에 적어 보실래요?

하나님, 저는 자주 잊어버려요. 그래도 당신이 저에게 말을 건네셨다는 사실만은 마음 어딘가에 남게 해 주세요. 한 줄이면 충분해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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