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티(QT)가 뭔가요 — 성경 읽기와 뭐가 다른가요

큐티(QT)가 뭔가요 — 성경 읽기와 뭐가 다른가요

#새신자#큐티#묵상#성경 읽기#경건 훈련

이 질문, 들으면 조금 졸여지지 않으세요

안녕하세요, 새신자의 친구 새봄이에요. 오늘은 한 가지를 조심스럽게 여쭤볼게요.

이번 주 큐티 며칠 하셨어요?

이 말, 소그룹에서 들어 보신 적 있으세요. 저는 아직도 이 질문을 들으면 마음 한쪽이 살짝 졸여져요. 일주일 내내 채운 분은 고개를 들고, 두세 번밖에 못 한 사람은 조용히 시선을 내리죠. 저도 오래 그 자리에 앉아 있었어요.

그런데 더 아팠던 건 다른 기억이에요. 책을 폈고, 눈으로 줄을 따라 내려갔는데, 덮는 순간 가슴이 텅 비어 있던 어떤 아침. 혹시 비슷한 경험 있으세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큐티(Quiet Time, 고요한 시간)가 뭔지, 그리고 이 귀한 시간이 어쩌다 숙제가 되어 버렸는지요.

지도와 발자국

먼저 작은 오해 하나를 걷어 볼게요. “성경을 읽는 것”과 “큐티하는 것”을 같은 말로 쓰시는 분이 많은데요, 저는 이 둘이 조금 다른 일 같아요.

성경 통독은 말씀 전체를 넓게 훑는 시간이에요.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이야기의 큰 흐름을 마음에 그리는 거죠.

큐티는 조금 달라요. 통독이 지도 전체를 훑는 일이라면, 큐티는 그 지도 위 한 지점에 두 발로 서서 흙의 감촉을 느끼는 시간이에요. 한 구절 앞에 오래 머무는 거요.

이 차이를 가장 따뜻하게 보여주는 구절이 있어요.

너희는 여호와의 선하심을 맛보아 알지어다 그에게 피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

— 시편 34:8

다윗은 “알라”가 아니라 “맛보아 알라”고 했죠. 꿀이 달다는 걸 머리로 아는 것과, 한 숟가락 입에 넣어 혀에서 녹이는 건 정말 다른 일이잖아요. 큐티는 그 혀끝의 시간이에요.

되새김질하는 마음

시편 1편에 이런 말씀이 있어요.

1 복 있는 사람은 악인들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죄인들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2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의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도다

— 시편 1:1-2

주야로” 라는 말이 참 좋아요. 아침에 읽고 덮어두는 게 아니라, 하루 종일 마음속에서 그 구절이 다시 떠오르는 거예요. 묵상이라는 말이 어렵게 느껴지실 수도 있는데, 저는 이렇게 풀어서 이해해요. 한 구절을 마음으로 천천히 되새기는 것. 그뿐이에요.

내가 주의 법을 어찌 그리 사랑하는지요 내가 그것을 종일 작은 소리로 읊조리나이다

— 시편 119:97

큰 소리로 외치는 게 아니라, 혼자서 입술을 조용히 움직이며 되뇌는 것이에요.

어쩌다 이 시간이 숙제가 되었을까

저는 한동안 이 시간을 자꾸 ‘해야 할 일’처럼 대했어요.

날짜를 세는 습관. 7일 연속이면 괜찮고, 3일이면 뒤처진 기분. 저도 모르게 출석부를 만들고 있더라고요.

해설에만 기대는 습관. 어떤 아침엔 본문은 건너뛰고 해설만 읽고 덮어 버리더라고요. 그때 문득 이런 마음이 들었어요. ‘나는 지금 하나님의 말씀을 만난 걸까, 누군가의 정리를 읽은 걸까?

적용을 억지로 짜내는 일. 진짜 적용은 하루를 살다가 문득 떠오르는 것 같더라고요. 억지로 쥐어짜는 게 아니라요.

죄책감. 못 하면 죄책감, 했어도 평범하면 덜 영적인 것 같은 기분. 그런데 성경을 읽는 목적은 하나님을 만나는 거지, 날수를 쌓는 게 아니잖아요. 이 사실이 저를 조금씩 자유롭게 했어요.

큐티의 본래 이름 — ‘조용한 시간’

큐티라는 말을 다시 들여다보면요, Quiet Time. 고요한 시간. 이 이름 안에 이미 본질이 있어요. 뭔가를 생산하는 시간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조용히 앉아 있는 시간이라는 것. 5분밖에 내지 못한 아침도, 그 5분 동안 한 구절 앞에 진짜로 앉아 있었다면 실패가 아니에요.

작은 네 가지 제안

내일 아침부터 부담 없이 하나씩 해 보실래요.

한 구절로 시작하세요. 긴 본문 말고, 지난 주일 설교에서 마음에 남은 한 구절만요. 세 번 천천히 소리 내어 읽어 보세요.

한 질문만 품으세요.이 말씀에서 하나님은 어떤 분으로 보이세요?” 답을 바로 못 찾아도 괜찮아요.

적용을 억지로 만들지 마세요. 떠오르면 감사히 받고, 안 떠오르면 말씀을 마음에 두고 하루를 걸으세요.

날짜를 세지 마세요. 하나님은 출석률을 확인하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 얼굴을 보고 싶어 하시는 아버지세요. 어제 못 했어도 오늘 다시 나오면 돼요.

오늘 저녁에

오늘 저녁, 차 한 잔 내려 놓으시고 성경 한 구절 앞에 조용히 앉아 보실래요. 큐티집은 잠깐 덮어두셔도 괜찮아요. 한 구절과, 당신의 마음과, 그 사이에 계신 하나님만 남겨두세요.

하나님,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저를 보아 주세요. 얼마나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그저 한 구절 앞에 조용히 앉게 해 주세요. 맛보아 아는 그 자리로 저를 데려가 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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