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는 개혁주의 신학을 표방합니다. 이 글은 최대한 중립적으로 작성됐으며, 개혁주의적 견해는 글 하단 ‘개혁주의의 견해’ 섹션에 별도 표기합니다.
같은 성경, 같은 신경 — 그런데 왜 다른가
“천주교와 개신교는 뭐가 다른가요?”
한국에서 기독교를 접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 중 하나다. 같은 하나님을 믿고, 같은 성경을 읽고, 같은 사도신경을 고백하는데 — 왜 교회가 나뉘어 있는가? 그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천주교가 무엇을 믿고 어떻게 예배하는지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천주교(로마 가톨릭교회)는 전 세계 약 14억 명의 신자를 가진 세계 최대의 단일 기독교 교회다. 2천 년 역사를 가졌다고 자부하며, 자신의 기원을 사도 베드로에게까지 소급한다. 이 글에서는 천주교의 핵심 교리와 특징을 가능한 한 천주교 자신의 언어로 서술한다.
로마 바티칸이 전 세계 약 13억 신자의 영적 중심이다. 점선은 16세기 이후 예수회·도미니코회·프란체스코회가 닦은 선교 경로를 가리킨다 — 멕시코 과달루페·페루 리마(스페인 식민 선교), 인도 고아·중국 베이징(예수회 동방 선교), 필리핀 마닐라, 캐나다 퀘벡(프랑스 선교), 그리고 1784년 자생적 복음 전파로 시작된 한국. 라틴아메리카·필리핀·중·서아프리카가 오늘의 인구 중심이다.
타임라인 — 천주교의 주요 사건
| 연도 | 사건 |
|---|---|
| 1세기 | 사도 베드로, 로마에서 순교 — 천주교는 이를 교황 계승의 출발로 봄 |
| 313 | 밀라노 칙령 — 기독교 공인 |
| 325 | 니케아 공의회 — 삼위일체 교리 확정 |
| 451 | 칼케돈 공의회 — 기독론 정립, 로마 주교의 수위 주장 강화 |
| 1054 | 동서 대분열 — 로마 가톨릭과 동방 정교회 분리 |
| 1215 | 제4차 라테란 공의회 — 화체설 공식 교리로 확정 |
| 1517 | 루터의 95개 조항 — 종교개혁의 시작 |
| 1545–1563 | 트렌트 공의회 — 종교개혁에 대한 교리적 응답 |
| 1854 | 교황 비오 9세, 마리아의 무원죄 잉태 교리 선포 |
| 1870 | 바티칸 제1공의회 — 교황 무류성 교리 확정 |
| 1950 | 교황 비오 12세, 마리아의 몸과 영혼의 승천 교리 선포 |
| 1962–1965 | 바티칸 제2공의회 — 전례 개혁, 에큐메니컬 대화 개방 |
| 2013 |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 최초의 예수회·남미 출신 교황 |
성 베드로 대성당(바티칸) 내부. 출처: Christoph Strässler,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핵심 교리와 특징
1. 교황권 — 베드로의 반석 위에
천주교 교리의 가장 독특한 특징은 교황(Papa)의 지위다. 천주교는 예수 그리스도가 사도 베드로에게 교회의 열쇠를 맡기셨으며, 로마 주교가 베드로의 후계자로서 전체 교회에 대한 최고 권위를 가진다고 가르친다.
18 또 내가 네게 이르노니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
19 내가 천국 열쇠를 네게 주리니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 하시고
— 마태복음 16:18–19
1870년 바티칸 제1공의회는 이 교황권의 두 가지 핵심을 교의로 확정했다.
- 수위권(Primacy): 교황은 전체 교회에 대한 완전하고 최고의 관할권을 가진다 — 이는 명예적 수위가 아니라 실질적 통치권이다.
- 무류성(Infallibility): 교황이 신앙과 도덕에 관한 문제에서 전체 교회를 위해 “교좌에서”(ex cathedra) 최종적으로 선언할 때, 그 가르침은 오류가 없다.
무류성 교리는 자주 오해된다. 이것은 교황의 모든 발언이 오류 없다는 뜻이 아니다. 오직 교좌에서 신앙과 도덕의 교의를 최종 확정할 때에만 적용되며, 역사적으로 이 조건을 충족하는 선언은 극히 드물다.
2. 권위의 삼각 구조 — 성경, 성전, 교도권
개신교가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을 고백한다면, 천주교는 계시의 전달이 세 기둥 위에 선다고 가르친다.
- 성경(Sacred Scripture): 구약 46권 + 신약 27권 = 73권 (개신교보다 구약 7권이 더 많다 — 이른바 ‘제2경전’ 또는 ‘외경’)
- 성전(Sacred Tradition): 사도로부터 전해 내려온 구전 전승과 교회의 가르침. 성경에 기록되지 않았지만 사도적 기원을 가진 전통이다.
- 교도권(Magisterium): 교황과 주교단이 성경과 성전을 권위 있게 해석하는 직무. 교도권은 계시 위에 서는 것이 아니라 계시를 섬기며 보존한다고 천주교는 설명한다.
천주교 교리서(CCC 85)는 이렇게 요약한다 — “성전, 성경, 교도권은 하나님의 지극히 지혜로운 섭리에 의해 서로 연결되어 있어, 어느 하나가 다른 둘 없이는 설 수 없다.”
3. 일곱 성사(聖事) — 은총의 통로
천주교는 그리스도가 제정하신 일곱 성사(Sacraments)를 통해 하나님의 은총이 신자에게 전달된다고 가르친다. 각 성사는 물질적 표징(물, 빵, 기름 등)을 통해 보이지 않는 은총을 실제로 전달하는 유효한 표징이다.
| 성사 | 핵심 내용 |
|---|---|
| 세례 | 원죄를 씻고 하나님의 자녀로 재탄생 — 유아 세례 시행 |
| 견진(堅振) | 성령의 특별한 인침 — 세례의 은총을 강화하고 완성 |
| 성체(聖體) | 미사에서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함(화체설) |
| 고해(告解) | 사제에게 죄를 고백하고 사죄의 은총을 받음 |
| 병자 성사 | 중병·임종 시 기름 부음과 기도로 영적·신체적 치유를 구함 |
| 혼인 | 남녀의 결합을 하나님 앞에서 불해소적 계약으로 성사화 |
| 서품(敍品) | 부제·사제·주교로 서품 — 사도적 계승을 통한 직무 부여 |
이 중 가장 중심적인 것은 성체성사(미사)다. 천주교는 사제가 축성 기도를 드리면 빵과 포도주의 실체(substantia)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한다고 가르친다. 이를 화체설(Transubstantiation)이라 한다. 외적 형태(빵의 맛·모양)는 그대로 남지만, 실체는 완전히 변한다는 것이다. 이 교리는 1215년 제4차 라테란 공의회에서 공식 확정되었고, 트렌트 공의회(1551년)에서 재확인되었다.
트렌트 공의회를 묘사한 17세기 유화. 출처: 작자 미상,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4. 사제 제도 — 중보하는 직무
천주교의 성직 구조는 부제–사제–주교의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사제는 서품 성사를 통해 임명되며, 이 서품은 사도로부터 이어지는 사도적 계승(Apostolic Succession) 안에서만 유효하다고 천주교는 주장한다.
사제의 핵심 직무는 두 가지다.
- 성체성사 거행: 미사에서 빵과 포도주를 축성하여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시킨다.
- 고해성사 집전: 신자의 죄를 듣고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사죄를 선언한다.
서방 가톨릭(라틴 전례)의 사제는 독신제(Celibacy)를 지킨다. 이것은 교의가 아니라 교회법적 규율이지만, 12세기 이래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 동방 가톨릭 교회(비잔틴 전례 등)에서는 결혼한 남성이 사제로 서품될 수 있다.
5. 마리아론 — 네 가지 교의
천주교의 마리아에 대한 가르침은 네 가지 공식 교의로 정리된다.
| 교의 | 선포 시기 | 내용 |
|---|---|---|
| 천주의 모친(Theotokos) | 431, 에페소 공의회 | 마리아는 하나님의 아들을 낳았으므로 “하나님의 어머니”라 불린다 |
| 평생 동정 | 초대교회 전통 | 마리아는 예수 탄생 전·중·후에 동정을 유지했다 |
| 무원죄 잉태 | 1854, 비오 9세 | 마리아는 잉태되는 순간부터 원죄의 오점 없이 보존되었다 |
| 몸과 영혼의 승천 | 1950, 비오 12세 | 마리아는 지상 생애를 마친 후 몸과 영혼이 함께 하늘에 올림을 받았다 |
천주교는 하나님께 드리는 흠숭(adoration, 라틴어 latria)과 성인에 대한 공경(veneration, 라틴어 dulia)을 엄격히 구분한다. 마리아에 대한 공경은 일반 성인보다 높은 최상 공경(hyperdulia)이지만, 하나님에 대한 흠숭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라 설명한다. 마리아에게 바치는 기도(묵주기도, 성모송 등)는 마리아에게 전구(intercession)를 청하는 것이지, 마리아를 신으로 예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천주교의 공식 입장이다.
오해와 진실
“천주교는 성모를 숭배한다?”
천주교의 공식 가르침은 분명하다 — 흠숭(latria)은 오직 삼위일체 하나님께만 드린다. 마리아에 대한 태도는 최상 공경(hyperdulia)이며, 천주교 교리서(CCC 971)는 “마리아에 대한 공경은 … 아들이신 말씀과 아버지와 성령에 대한 흠숭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명시한다. 다만 비판자들은 실제 신앙생활에서 공경과 흠숭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한다.
“면죄부를 지금도 판매한다?”
면죄부(대사, Indulgence)와 면죄부 판매는 구별해야 한다. 면죄부 자체는 천주교 교리에서 여전히 존재한다 — 이미 고해성사로 죄를 사함받은 신자가 죄의 결과인 잠벌(temporal punishment) — 현세에서 또는 연옥(Purgatorium)에서 치러야 할 정화의 고통 — 을 면제받는 제도다. 그러나 면죄부를 금전으로 거래하는 행위는 1567년 교황 비오 5세에 의해 금지되었고, 지금은 허용되지 않는다. 오늘날의 대사는 기도, 순례, 자선 등 영적 조건을 통해 부여된다.
“천주교는 성경을 읽지 못하게 한다?”
중세 시대에 평신도의 성경 접근이 제한되었던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라틴어 불가타 성경만이 공인되었고, 자국어 번역은 오랫동안 금지되거나 제한되었다. 그러나 바티칸 제2공의회(1962–1965) 이후 천주교는 성경 읽기를 적극 권장한다. 공의회 문서 계시헌장(Dei Verbum, 1965)은 “모든 그리스도 신자에게 성경에 대한 넓은 접근이 열려야 한다”(DV 22)고 선언했으며, 현재 천주교 성경은 세계 수백 개 언어로 번역되어 있다.
현재는 어디에 있나
천주교는 오늘날 전 세계 약 14억 명의 신자를 가진 단일 최대 기독교 교단이다. 전 세계 기독교인의 약 절반이 가톨릭 신자다. 유럽과 남미에 신자가 가장 많으며, 최근에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3년에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Pope Francis)은 최초의 예수회 출신이자 남미(아르헨티나) 출신 교황으로,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 환경 보호, 타 종교·교파와의 대화를 강조하고 있다.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2015)는 환경 문제에 대한 교회의 윤리적 응답으로 주목받았다.
바티칸 제2공의회(1962–1965)는 현대 천주교의 방향을 결정한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미사를 라틴어 대신 자국어로 거행할 수 있게 하고, 개신교를 “갈라진 형제”로 부르며 에큐메니컬 대화의 문을 열었고, 종교 자유를 선언하며 현대 사회와의 관계를 재정립했다.
한국 천주교
한국 천주교는 약 590만 명의 신자(2023년 기준, 전체 인구의 약 11%)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아시아에서 필리핀, 동티모르에 이어 높은 비율이다. 1784년 이승훈의 세례로 시작된 한국 천주교는 — 이 시리즈 C1편에서 다루었듯 — 선교사 없이 자발적으로 시작되었다는 독특한 역사를 가진다.
한국 천주교는 103위 순교성인(1984년 시성), 124위 복자(2014년 시복)를 모시고 있으며,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은 민주화 운동과 인권 옹호로 종교를 초월한 존경을 받았다. 명동성당은 한국 민주화의 상징적 공간이기도 하다.
개혁주의의 견해
교황권에 대하여. 개혁주의는 어떤 한 사람이 전체 교회에 대한 최고 관할권을 가진다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제25장 6항은 “로마의 교황은 자신을 교회의 머리라 칭하나, 그는 어떤 의미로든 교회의 머리가 아니”라고 명시한다. 마태복음 16:18의 “반석”이 베드로 개인이 아니라 베드로의 신앙 고백 —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 — 을 가리킨다는 것이 개혁주의의 해석이다. 교회의 유일한 머리는 그리스도이시다.
그는 몸인 교회의 머리시라 그가 근본이시오 죽은 자들 가운에서 먼저 나신 이시니 이는 친히 만물의 으뜸이 되려 하심이요 — 골로새서 1:18
성경의 충분성에 대하여. 개혁주의는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을 고백한다. 성경은 신앙과 생활의 유일한 무오한 규범이며, 성경 외에 동등한 권위를 가진 또 다른 계시의 원천은 없다. 전통이 가치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전통은 항상 성경에 의해 시험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제1장 6항은 “성경 안에 하나님의 영광과 인간의 구원, 신앙과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명시적으로 기록되어 있거나 … 성경으로부터 올바르고 필연적인 추론에 의해 도출될 수 있다”고 선언한다.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 디모데후서 3:16
화체설과 성만찬에 대하여. 개혁주의는 화체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빵과 포도주의 실체가 형이상학적으로 변한다는 주장은 성경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본다. 칼뱅은 그리스도께서 성만찬에 참으로, 실제로 임재하시되, 그 방식은 물질적 변화가 아니라 성령에 의한 영적 임재라고 가르쳤다. 신자는 성만찬에서 믿음으로 그리스도의 몸과 피에 참여한다 — 이것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실제적 교제이지만, 빵과 포도주 자체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마리아에 대하여. 개혁주의는 마리아를 믿음의 모범이요 복된 여인으로 존경하되, 천주교의 네 가지 교의 중 무원죄 잉태와 승천은 성경적 근거가 없다고 본다. 특히 마리아에게 기도를 통해 전구를 청하는 관행은,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오직 한 중보자가 계시다는 성경의 가르침과 긴장을 일으킨다.
하나님은 한 분이시오 또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중보자도 한 분이시니 곧 사람이신 그리스도 예수라 — 디모데전서 2:5
사제 제도에 대하여. 개혁주의는 신약 시대에 구약적 의미의 제사장 계급이 폐지되었다고 본다. 그리스도의 단번의 제사가 구약의 제사 체계를 완성하고 종결하셨기 때문이다. 히브리서의 핵심 논증이 바로 이것이다 — 그리스도는 영원한 대제사장이시며, 더 이상 반복적 제사가 필요 없다. 모든 신자는 그리스도 안에서 만인 제사장으로서 하나님께 직접 나아갈 수 있다.
그러므로 형제들아 우리가 예수의 피를 힘입어 성소에 들어갈 담력을 얻었나니 — 히브리서 10:19
천주교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오래된 기독교 전통이다. 그 교리 체계의 정교함과 역사적 깊이는 진지한 연구의 대상이다. 개혁주의가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그 불일치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참된 대화의 출발점이다.


